과학(science)의 역사를 말하려면 상당히 먼 과거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요즘 일반적으로 말하는 서양 과학의 토대가 갖추어진 것은 17세기 이후라고 보면 됩니다. 뉴튼(1642-1727)
이 해놓은 일이 워낙 많아서... 그쯤부터 근대과학이라 부르는데 근대 유럽의 과학사를 살펴보면 각국마다 판이하게 다른 과학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현대의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고 봐야죠.
...쯤으로 요약이 됩니다. 서로 대비되는 모습의 영/불을 우선 말해야 하는데-
1. 18세기 프랑스의 과학
근대 과학의 시작인물을 뉴튼 경으로 잡았지만 19세기 중반(정치적으로는 1870년의 보불전쟁, 과학기술적으론 1851년의 만국박람회를 전환의 계기로 봅니다.)까지의 유럽의 과학과 문화의 중심지는 프랑스였습니다. 과거에는 유럽에서 과학을 배우기 위해선 파리로 유학을 갔다고 하며 뉴튼 사후 100년간(1723~1815) 주요 과학자를 프랑스에서 배출했죠. 이 때의 과학이 추구한 정밀 측정과 과학의 수학화는 오늘날 과학의 모범이 되었으며 프랑스의 과학은 이후 독일, 러시아로 전파됩니다. 그러나 1815년 이후에는 파스퇴르(1822-1895)와 파브르(1809-1880) 정도만 역사에 등장할 뿐이고, 19세기 중엽 이후 발전한 물리학 - 열역학, 전자기학 - 에서 나오는 프랑스 사람은 카르노(1796-1832) 정도입니다.

과학 아카데미와 루이 14세.
프랑스에는 유럽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과학 단체인 Académie des Sciences(과학 아카데미 : 1666년 창립)가 있었는데 가장 오래된 단체인 Royal Society(왕립학회 : 1660년 창립, 영국)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각국 근대 과학의 특징에서 볼 수 있듯 왕립학회는 친목단체이고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였습니다. 왕실에서 준 유일한 특권이 집회의 자유...였다니 뭐. Philosophical Transaction이라는 최초의 과학잡지를 출간한 단체이기도 하죠. 그에 비해 과학 아카데미는 국가기관으로 시작했고 구성원은 봉급과 연구기관을 정부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회원은 종신제로 실제적인 research를 진행하여 프랑스 과학의 급격한 발전의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이를 본받아 나중에 독일과 러시아에 유사한 기관이 생겼죠.
그리고 이 단체의 또 하나의 특징은 Patron 제도로 이곳의 책임자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여 키워주었는데 여기서 빛을 본 인물이
뉴튼과 막멎는 신발..샛길... 가우스로 원래는 가난한 준노예 집안 출신이라 합니다. patron은 신춘문예 마냥 문제를 내고 이에 대한 essay를 (문제를 발표한 후에 3년 내에 풀어서 제출하기~! 같은 식으로...) 받던 대회였습니다.
정부 주도 지원의 과학 아카데미의 힘이 커짐에 따라서 파리를 제외한 지역의 과학활동이 어느 정도 쇠퇴하게 되었으며 프랑스 혁명때엔 과학도 구체제의 일부로 취급받게 되죠. 예를 들면 당시 프랑스 과학의 유력자였던 라부아지에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부르주아였고 장인이 징세청부업자(...이며 자신도 징세청부업자)였기에 혁명때 단두대에 오른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재정적 지원이 프랑스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죠.
그런 고로 프랑스 혁명 이후로 프랑스의 과학이 폭삭했냐 하면... 오히려 혁명정부는 과학에 더욱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상향은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였고 도량형의 통일, 달력 개혁등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입김이 정부에 크게 작용하였고 이들은 혁명기에 전쟁에 필요한 화약이나 무기를 만들고 개선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특히 (나폴레옹이 포병학교에 올 때 도움을 주고 이후에 그가 집권했을 때 중용된) 라플라스의 역할이 컸는데 나폴레옹의 후광으로 과학계 전반에 큰 발언권을 갖고 있었죠.
그는
그의 이름을 딴 transform이 가장 유명할지 모르지만 당시의 물리를 집대성한 뛰어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모든 물질은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뉴튼 역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이론은 양자역학이 나올 때까지 과학계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천체역학'이란 책을 썼는데 이를 읽어본 나폴레옹이 (당시엔 신의 사자가 행성을 움직인다고 믿었다고 하며) '왜 행성의 움직임에 신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는가'하자
"폐하, 저에게는 그 가설이 필요 없었나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라그랑쥬(...라는 뛰어난 학자가 있습니다. 수학/물리 쪽에 있는 사람이면 누군지 알 듯.)가
"아니, 그 가설은 매우 훌륭합니다. 그거 하나만 도입하면 많은 것이 설명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고 하죠.

EP의 uniform. 사관학교..? @.@
혁명기의 과학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794년 만들어진 École polytechnique(에콜 폴리테크니크)입니다. 최초의 '제대로 된' 과학기술자 양성학교였으며 이공계에 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재도 프랑스의 명문 이공계 고등교육기관이고 아직도 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처럼
이곳 출신의 정치가도 있구요.) 과학사관학교랄까나- 군복 같은 제복을 입고 장교로서의 의무배치기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만큼 군사적인 학교가 아니지만 교육 중 의무적으로 현장에 나가야 하는 기간이 있으며 그 기간이 제법 길다고 합니다.)
이 훌륭한 프랑스의 과학계가 왜 갑자기 무너졌는가...에 대해서 당시 한수 아래라 생각했던 프로이센에게 굴욕을 겪은 뒤인 1871년 3월 6일에 과학 아카데미에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왜 전쟁에서 졌을까'에 대하여 '과학기술이 뒤처졌다'는 분석을 한 것은 옳았는데 그 원인으로 '1815년 이후에 지원이 약해졌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학계의 개혁이 안 이루어져서 기술이 뒤쳐진 것이라 합니다. 정치적 입지가 있던 라플라스는 뛰어난 과학자였고 늘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건전한 과학풍토를 만들었기에 '프랑스의 뉴튼'이란 말을 들으며 프랑스 과학의 양과 질을 크게 키웠지만 그에게 아부하던 '추종자'들은 그의 사후인 1830년대 이후로 과학보다 권력에 관심을 갖었기에 과학계 전반이 혼탁해지고 파벌의식에 휩싸이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파스퇴르만 해도 과학 아카데미에 2번 낙선하고 3번째에 '지질학' 분과로 겨우 들어왔으며 (중앙집권적인 프랑스 과학계에서) 외지로 쫒겨난 뒤 다시 돌아오는 데 무려 3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스퇴르는 일반인에겐 미생물학이나 세균학으로 유명하겠지만 화학과인 제겐 '광학이성질체'라는 것을 직접 보이고 결정학을 발전시킨 인물이고- 과학 기술 전반에 큰 족적을 남겼죠. 하지만 그는 찬사와 더불어 많은 비난과 견제를 받은 인물이기도 했죠.
To be continued. . . 이 포스팅의 이미지 출처는 모두 wikipedia이고 앞으로도 그럴 듯 합니다.
헌데 프랑스를 먼저 다루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지막에 파란 글씨로 쓰셨다시피 근대 과학의 신호탄은 '뉴턴 종합'이고, 그 뉴턴의 시대에는 영국이 과학계의 중심이었잖아요. 시대순으로 보면 영국 다음에 프랑스가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어째서 프랑스를 먼저 쓰셨나요? +_+
@ 저도 심심하면 과기역 강의노트 포스팅이나 한 번 해봐야겠군요 -ㅂ-)a
신동원 교수님께 수업들은 것도 있고 김동원 교수님께 수업들은 것도 있는데... 제가 들었던 첫 과학기술학 계열인 과기역이 (과학기술사보다 더 늦은 시기부터 시작하며) 근현대만 한 학기였기에 그 영향을 받은 거죠.
과학사 듣다 보면 과학혁명 이후,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천재들이 잔뜩 태어난듯한 기분이 듭니다.
+ Laplace Transform, Carnot Cycle. 아아악 ㅠ
저는 과학사의 하이라이트가 산업혁명 이후 2차대전까지라고 보기 때문에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래도 포스팅할 시간이 부족한 분량입니다.
덧) Laplace와 Carnot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계시군요! (ㅋㅋㅋ)
러더포드가 퍼뜩 떠오르네요.
러더포드 자체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JJ톰슨과 러더포드는 제가 쓰고픈 내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위인이신데- 위의 반응들 덕분에 2편은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이야기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ㅎ 다음편도 기대해 봅니다.^^
출처를 밝히셨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그러고 보니 바빠서 한참동안 다음 이야기를 못 썼네요. 생각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현대 과학사를 이야기하면서 '전쟁과 과학'에 대해선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갈길이 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