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오래된 모 게임에 대한 이야기

이번 글의 주제는 그동안 글 쓰려고 벼르고 있던 주제가 아니라 다분히.. 급조된.. 것이긴 한데 그래도 언젠가 쓰려던 내용이었고, 지금이 그 글을 적기 괜찮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봅니다. (blog라는 게 web에 올리는 log이긴 한데..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군요.)

지난 밤에, 그러니까 지금이 6월 11일 23시인데 6월 11일 01시즈음에

지금 시점에서 스타크래프트라니! 이게 언제적 게임인데..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엔딩을 처음 보는 건 아니며- 리마스터 버전으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리마스터 조차 2017년에 나온 거니 이것도 늦은 것이긴 합니다.

엔딩을 보게 된 소감을 간단히 적자면..

1. 역시 저그는 S H (히드라리스크 생산 단축키)가 사기!

짱이에요.. 풀업 히드라로 못 깨는 캠페인 미션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판의 세 종류의 적 세력 중 하나가 스파이더 마인과 탱크로 무장한 (Tlqkf)멩스크라서 무대뽀 히드라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가디언,뮤탈,오버로드 잔뜩 끌고가서 소모전하며 장애물 치운 뒤에 다시 S H 치면서 히드라 웨이브 시원하게 지르니까 쭉 밀리는 게 스트레스가 풀리더군요. ^^

2. 전.. 스타크래프트에 재능이 없는 게 확실합니다.

그나마 마지막 판은 히드라 개사기 만능설에 힘입어 무척 잘 풀린 판이라서 손이 지쳐버리기 전에 클리어한 것인데도 평균 APM이 52가 나왔네요. 컨트롤하는 미션은 계속 움직여대며 제 최대 APM가 나오는데 그때도 100 조금 넘는 수준이더군요.
스타는 손 느리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데 (이쪽 표현 빌려서) 저는 사람 아닌 듯.

3. 그리고, 엔 타로 태사다르(En Taro Tassadar)!
스타크래프트 캠페인은 아는 얘기를 또 봐도 가슴이 벅차네요..

예전에 해봤는데 리마스터에서 또 캠페인을 클리어한 이유 중 하나가, 이번에 예쁘게 한국어 번역이 되어서 스토리를 우리말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해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유닛 배경 설정에 불과한 캠페인이 이렇게 스토리가 멋지다니, 잘 나가던 때의 블리자드는 정말 위대한 회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주요 대사의 우리말 더빙을, 그것도 스타2에서 이미 작업하셨던 성우분들이 그대로 역할 맡아서 해주셔서 더 몰입감이 컸습니다. 캠페인의 영웅들만 우리말 더빙이 있는 게 아니라 소소하게 스타2에서 이야~ 야근이다!..를 외쳤던 건설로봇, 부관부터 모두 우리말을 하죠. 블리자드가 큰 회사라서 역량이 되긴 하겠다만.. 스타2에서 겪었던 초호화 성우진들이 말해주는 스타1의 스토리라니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클리어는 했다만 스토리를 이따금 다시 보려고

보너스 미션을 포함한 각 미션의 종료 직전에 저장해서.. 미션 시작/끝의 대화를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크게 의미는 없겠지만.. 플레이할 때 분기가 있는 브루드워 테란 5번째는 두가지 다 깼구요.

여담으로,
Ground Zero(번역명:핵폭발)은 앞 미션에서 피직스랩을 박살내고(=전투순양함 비활성화)
핵 맞으며 시작하는 미션이며 전투순양함 잔뜩 뽑아서 밀어버렸는데
Birds of War(번역명:전쟁의 새)는 앞 미션에서 뉴클리어 사일로를 박살내고(=핵 비활성화)
전투순양함에게 맞으며 시작하는 미션이니까 저는 전투순양함 안 쓰고 골리앗+탱크+유령으로 이기려고 했는데..

흠..

이기긴 이겼는데, 중간에 망쳐서 로드한 거 제외해도 클리어하며 뜬 플레이 시간이 3시간이었습니다. -0-
저 미션이 이번 캠페인 클리어 활동의 가장 큰 고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20세기 게임을 지금 했냐면..

이런 거 보다가 끌려서였습니다.
(위에서 적은, “히드라 개사기, S H 사기”라는 얘기도 제 주장이 아니라 저 위의 레.종.최. 해설자께서 하신 말씀.. 참고로 저 분 주종족은 프로토스)

증거자료에서 눈치 채셨을 수 있는데, 저 분이 스타1 미션 하는 거 보고 재밌어 보여서 해본 것이었습니다.
최근 업로드 된 영상이 저그 캠페인 중간쯤이던데.. 저 분이 엔딩까지 모두 마치시기 전에 겨우 다 깼네요. ^^;




이 게임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은 게..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게임이며 ‘옛날 PC게임’이라 말할 수준을 뛰어넘어서 이제 진심으로 민속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인터넷 방송에서 이걸로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그걸 보고..) 게다가 그 컨텐츠의 질도 점점 좋아지면 좋아지지 후퇴하는 게 아닙니다.

前프로게이머 분들이 스타 방송하는 거야 그렇다 치는데 여캠들이 스타를 ‘익히며’ 스타를 주 컨텐츠로 인터넷 방송을 하기도 하고.. 거기서 티어와 팀, 생태계가 생기고.. 스폰 있는 개인대회, 팀대회가 생기고.. 이런 게 2020년대에 가능하다니 그저 놀랍습니다.

전 제대로 시청한 게 몇 달 안 되어서 – 여캠BJ 스타리그..라는 걸 본 지는 4개월쯤, youtube에서 보다가 아프리카 TV 가입해서 본 건 이제 한 달. – 정확한 역사는 모르지만 이런 붐이 생긴 게 몇 년 된 걸로 알고 있고 이제 여캠리그 상위권 선수들은 정말 선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센스와 피지컬이 있더군요. 저 위의 캡쳐에 보이는 APM 보면 저게 취미생활의 영역에서 나올 숫자입니까.. 취미로 게임할 때의 플레이에 참고하기 위해 보려고 했는데 이미 제가 따라할 수 없는 게임들이기에 눈썩하위 티어를 찾아서 봐야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스타는 일종의 민속놀이이며 생활 주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문화이고 다른 게임에 빗대어 말할 수 없는 고유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스타2의 게임 중 대사가 생각나네요.
대한민국의 스타크래프트 관전 컨텐츠야말로 ‘계속 멈추지 않으며 완벽을 향해 계속 변화하는’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bathur : Make it great.
(아바투르 : 훌륭하게 만듦.)
Kerrigan: But not perfect?
(캐리건 : 완벽하게가 아니고?)
Abathur : Never perfect. Perfection goal that changes. Never stops moving. Can chase, cannot catch.
(아바투르 : 완벽은 없음. 완벽이라는 목표는 계속 변함. 멈추지 않음. 따라갈 수 있지만, 붙잡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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