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어느 게임에서의 로망

이 블로그에서 ‘매우 오래된 모 게임’이라고 자꾸 지칭이 되고 있는 바로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20세기에 나온 게임인데도 아직도 뭔가 수요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요가 있다’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라 제법 큰 방송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라는 사이트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인지 모르겠으나.. 그 ‘그들’의 규모가 사람 숫자로나 쓰는 돈의 양으로 보나 어마어마하죠. 그리고 게임전문 케이블TV방송국까지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이쪽에 대해 전문가들이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굶어죽고 있는 (자칭) 하꼬방 LSSL 개최자님 방송으로 보는 새로운 대학리그의 모습.. 저 자금이 어디서 저렇게 나오는지는 둘째치고.. 2024년 지금 시점에 총상금 1억이 넘는, 한달짜리 대회가 열리는 놀라운 시장인 거죠.

지난 글에 적었던가요.. 현재 스타 방송의 큰 트렌드는 이른바 스타대학(내지 동아리) 형태입니다. 사람들을 끌 수 있는 여캠 + 과거의 포스는 아니라도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전 프로게이머..들이 티어를 나눠서 대결하는 형태죠. 그래서 과거에 스타 좀 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을 지금도 볼 수 있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이성은 전 선수과 그의 팀입니다. (이름을 적고 나니 ‘잘 하면 이성은, 못하면 흑운장’..이라는 몇년 전 해설이 생각나는군요.)

역시 여캠이 선수로 더 많이 뛰..는 게 사실이긴 한데 이 크루는 이 전 선수가 감독 겸 코치 겸 유일한 전 프로..로 다른 크루와 비교하면 종잇장같은 코치진이며, 상대의 전략도 ‘흑운장을 경기 시켜서 다른 여캠들 빌드 깎아줄 시간을 줄여버리겠다’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테란에게 좋은 맵이 걸리는 행운, 그리고 썩어도 준치라고 할 만한 기량에 힘입어서 쉽지 않은 경기를 이겨버렸고.. 이것도 사실 대단한 일이었는데

테란 단일종족 팀이라는 점을 로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다른 사람 빌드 깎아주고 봐줄 시간이 없었던 대신.. 직접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걸 경기에서 보여주고 6경기 중 5경기에서 그와 똑같은 빌드를 선보이다니요. 가장 인상적인 2팩토리 빌드 경기였습니다. (상대도 설마 이번에도 2팩인가.. 아닌가..하며 혼란스러웠을 듯.) 마치고 나서 인터뷰에서 김밥천국 메뉴 주문에서 제육덮밥 통일하는 것에 비유를 했는데 역시 스타크래프트 테란의 로망은 기갑부대의 화력이고 우직하게 반복해서 계속 때리는 모습을 보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프리카 입문 시기상 생방송으로 보는 스타대학리그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거 재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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